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사랑의 기억이지만 우리는 그 사랑을 온전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난다. 두 사람은 만나서 사랑하고 싸우고 이별하고 재회한다. 그 모든 순간은 두 사람 각각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두 사람의 사랑이라는 이야기의 모든 챕터에서 다시 소화되어 재현된다. 그러나 두 사람 각각 다른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매번 그 모습을 바꿔 다시 등장한다. 발레리오 미엘리의 두 번째 장편인 <기억하니?>는 몇 년에 걸친 두 남녀의 사랑을 당사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결코 객관적인 이야기로 현실화되지 못한다. 사랑의 모든 과정은 두 사람 각각의 의식과 감각, 감정을 저장한 기억을 통해 재현된다. 그 기억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두 남녀의 주관적인 시간 속에서 그 모습을 바꿔 다시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 객관적 현실인지 파악할 수 없다. 영화는 시간과 현존재를 토대하는 기억이라는 것의 본성을 대담한 방식으로 탐구하고 있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