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 스트리트’지 기자 대니얼 펄을 납치, 살해한 영국 출신의 테러리스트 오마르 셰이크의 전기를 중심으로 한 작품으로 인물의 종교적 신념이 광기로 이행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 영화다. 오마르가 이슬람교도를 향한 차별과 경계심으로부터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전선에 나서는 것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1994년 인도에서 오마르가 처음으로 여행객을 납치하면서 느끼는 긴장감을 정교하게 묘사하며 그가 종교적 신념과 타인의 목숨을 쉽게 저울질하지 않는 신중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후 푸티지를 통해 점점 더 과격해지는 그의 폭력성을 폭로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테러리스트의 삶을 이해시키려는 가이드라인임을 자처하거나, 테러리스트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오마르의 삶이 굴절되고 왜곡되는 지점, 즉 기괴하리만치 폭력이 담담해지는 그 순간을 간결하지만 명징하게 집어냄으로써 일상화된 폭력의 잔혹성을 드러낸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