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가 1962년에 발표한 SF 고전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종이달>과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를 만든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이 연출했다. 원작은 핵전쟁의 공포가 세계를 엄습하던 냉전 시대에 인류 멸망의 불안을 포착한 소설로, 영화는 현재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각색되었으며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릴리 프랭키가 화성인 아버지를, <동경가족>의 나카지마 토모코가 지구인 어머니를, <신의 물방울>의 카메나시 카즈야가 수성인 아들을, <갈증>의 하시모토 아이가 금성인 딸을 연기한다. 각기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들이 가족을 형성하고,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폭주하는 이야기는 엉뚱하거나 난데없이 느껴지지 않는다. 쓰나미, 지진, 원자력 발전소 붕괴 등 각종 재난을 겪은 일본이기에 이 이야기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소망 충족이 한순간으로 다가온다. 평행이론, 상대성이론, 초월 자아 등 철학적 개념을 적용하여 분석할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