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던 연은 TV 뉴스에서 사형수 장진을 본 후 교도소로 향한다. 교도소장의 관찰 아래 두 사람의 관계는 서서히 깊어진다. 연은 장진에게 사계절을 선물한다. 두 사람의 급작스런 만남은 [나쁜 남자]의 전반부처럼 김기덕 영화 특유의 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숨]은 두 사람의 만남 이후 주인공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행복과 절망을 따라 흘러간다. 특히 감옥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인간들이 펼치는 몸짓과 퍼포먼스는 [빈집] 이후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는 김기덕 영화의 특징이다. 연의 사계절 퍼포먼스는 영화 후반부에서 남편과 아이의 눈싸움으로 옮겨가고, 연의 가족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화해를 하듯 ‘눈이 내리네’를 함께 부른다. 이 노래는 사형수 장진과 그를 둘러싼 동료 죄수들의 현대무용과도 같은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인물들의 극단적인 감정과 움직임은 갇힌 세계 안에서 숨을 쉬기 위한 김기덕의 도발인 것이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