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낭은 전직 스페인어 교사로 부유한 이탈리아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딸의 베이비시터로 마리안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집으로 찾아오고, 둘 사이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부인과 함께 초대받아 참석한 파티에서 사람들은 광고문구를 내뱉고, 페르디낭은 그들의 얼굴에 케이크를 집어 던진 후, 다시 마주친 마리안과 모험의 길에 오른다. 둘은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외딴 섬에 정박한다. [미치광이 피에로]는 리오넬 화이트의 누아르 소설 [강박관념]을 원작으로 한 고다르의 영화로 35년간 연쇄살인범으로 악명을 떨친 실존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따왔다. 그러나 영화는 범죄와 수사 대신 안나 카리나와 장 폴 벨몽도가 연기하는 커플의 낭만적이면서 절망적인 질주에 초점을 맞춘다. 내러티브에 대한 거리두기와 형식적 실험으로 다소 난해한 감이 없지 않지만, 미술평론가 엘리 포르, 화가 벨라스케스와 피카소, 감독 새뮤얼 풀러 등 타 예술분야의 상호텍스트적 인용, 그리고 커플에 대한 성찰이라는 고다르 영화의 일관된 특성을 찾아볼 수 있는 빼어난 영상미의 수작이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