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 하늘을 받치듯 우뚝 솟은 태백산맥에 깊숙하게 자리한 사북지역. 한때 석탄사업으로 번성했던 이 지역은 정부의 석탄감산정책과 기업들의 잇따른 폐광조치로 ′2,3 년 후면 지도에서 사라질′ 폐허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사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만 살고 있다. ′떠날 사람과 떠나지 못하는 사람′ 이다. <먼지의 집>은 한겨울 눈보라를 배경 삼아 인생의 막장에 선 광부에게 닥친 해고의 거센 바람을 담았다. 동원탄좌의 하청업체인 제일기업이 문을 닫자 예고되지 않은 핻곧통지를 받아든 광부들이 반발하기 시작한다. 조합원들과 회의 한 번 없이 사측의 처리 방안에 도장을 찍어준 노동조합 대표의 행동은 이들을 더욱 분노케 한다. 사원 대표를 구성하고 단식 농성에도 들어가 보지만 승리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해고자 보상방법을 놓고 내분이 일기도 한다. 진폐증 환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이곳을 찾았던 제작진들은 뜻하지 않은 사건 속에서 막장의 삶을 이어가는 광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제일기업 광부들의 농성은 다른 하청업체들의 연쇄적인 폐업을 막고 보상도 애초보다 나아졌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상처로 남았다. 먼 거리에서 찍힌 황량한 마을 전경이 일깨우듯이 삶의 터전이었던 사북은 이제 생산과 에너지의 도시가 아니라 먼지 낀 기억속의 집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