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만에서 만들어진 작품 중 가장 진정한 의미의 독립영화라 할 수 있는 황 밍추안의 데뷔작은 동시에 두가지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대부분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첫 이야기는 고대를 배경으로, 중국인 이주 이전부터 타이완에 살고 있던 20개의 부족 중 하나인 아타얄 부족을 해방시킨 마우나와 그의 아들 야위에 대한 건국 신화이다. 그리고 현대를 배경으로 한 다음 이야기는 아타얄 마을의 해변에서 차사고를 낸 후 그곳에 머물게 되는, 무엇인가 비밀을 캐내려는 듯 보이는 타이페이 출신의 남자 밍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마치 밍이 전설의 인물인 야위의 운명을 재현하는 듯 두 이야기는 서서히 교차한다. <서부에서 온 사람>이 발표되기 전까지, 대만 원주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사회경제적, 또는 역사적 관점에서 다루었던 영화는 없었다. 그러나 황 밍추안의 영화는 두 가지 관점 모두를 견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도 싶게 다로고 있다. 또한 강한 심리적 차원에서 부자 간의 관계에 초첨을 맞추고 있으며 아타얄 건국신화와 대만 원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기독교의 왜곡된 모습을 연결짓는 재치를 보인다. 이는 매우 중요한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