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가수이자 구상 작곡가인 오비타니 유리는 <헤어 오페라>로 일본 독립영화 사상 가장 눈부신 데뷔작을 내놓았다. 이 영화는 오비타니 자신이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모색하던 중 여성 아티스트 요제프 코스즈의 전시회를 접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전시회는 깔끔하게 정리된 남성의 음모 표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에는 이름과 그녀가 성관계를 가졌던 때를 기록한 날짜가 표시되어 있다. 이 전시를 보고 흥분한 오비타니는 그녀를 인터뷰하고 슈퍼 8㎜로 찍은 영상편지를 교환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그는 사실 예술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녀의 다음 전시회에 자신의 음모를 전시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밝혀진다. <헤어 오페라>는 1967년 데이비드 홀츠만의 그 유명한 <일기>이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가장 충격적이고 매력적인 유물론적 영화 작업이다. 영화는 오비타니와 여성 예술가 사이에 오고간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편지 왕래가 뜸해지는 가운데 오비타니는 계속해서 그녀와 편지를 교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결국 관객들은 영화 이미지의 존재론이 변화하고 추락해가는 과정과 영화가 어떤 식으로 성 곡격의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목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