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99 포토벨로 영화제 초청작</b><br>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주어진 오선지가 있다. 거기에 어떤 음표를 그려넣을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별반 변화가 크지 않은 단조로운 스케일을 반복할지, 미리 정해진 악보를 거부하는 즉흥연주를 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작곡>은 후자를 택한다. 작곡할 음악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단조로운 음으로 오선지를 채우는 정리벽이 심한 남자. 그의 정돈된 공간에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이 소리를 묻으려 단순한 불협화음을 격력하게 쳐대지만 들려오는 소리를 막을 순 없다. 일순 거부의 몸짓을 포기하고 들려오는 소리에 가볍게 응수하듯 시작한 연주는 다양하고 생동감있는 즉흥연주로 변하고 마침내 거부의 몸짓은 자신의 정돈된 세계를 파괴하는 디오니소스적인 탈피와 숨가쁜 희열의 몸짓으로 바뀌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