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강도, 마약, 납치가 일상인 무법천지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생존이 목적인 포스트-아포칼립스를 다룬 <내게 총을 줘>는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 야기한 공포에 지배당한 이들의 삶을 따라간다. 비전문 배우에 가까운 아이들의 앙상블 연기와 무자비한 폭력 속에 놓인 이들을 뒤따르는 핸드헬드, 개입하지 않고 관찰하는 쇼트들은 네오리얼리즘을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허클베리 핀′이나 ′피터 팬′의 계보 속에서 아이들의 공동체가 만들어낸 시점과 판타지를 차용한다. 주인공 소녀 헉은 아버지와 둘이 카라반에서 살고 있다. 카르텔이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납치해가기 때문에 헉은 생존을 위해 남장을 하고 가면을 쓴다. 아버지는 가능한 한 헉을 보호하려 하지만 점점 힘에 부쳐간다. 그런 헉의 유일한 친구는 나뭇잎으로 몸을 감싸 위장하고 카르텔에게서 음식을 훔쳐 먹고 사는 세 명의 소년이다. 이 끝없는 공포를 끝낼 영웅은 누구일까? 어른들이 모두 사라지고 최후에 악당 두목과 단둘이 남은 헉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복수를 단호하게 해낸다.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