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남아프리카 법정에서 존 케페는 교수형을 선고받는다. 한 화면에는 선고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이 시위하는 모습과, 그를 체포한 전쟁 영웅이자 지주인 보타가 백인들의 격려와 환호를 받는 모습이 함께 있다. 존 케페를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린 채 지주들과 총을 든 백인들이 사진을 찍는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감독은 존 케페가 로빈 후드처럼 양과 생필품을 훔쳐 이웃에게 나눠주는 활약을 하는 장면과 그가 보타 일행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을 플래시백으로 아슬아슬하게 연출한다. <내 피부에 스며드는 겨울>은 1930-5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 극심한 인종 차별의 시대에 지배계급이자 권력가였던 백인을 약탈하며 저항의 영웅으로 추대받은 실존 인물 존 케페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감독은 백인과 마을 주민들의 충돌, 불평등과 시대상을 보여주지만, 무거운 주제를 서부 활극으로 포장한 연출과 긴장감 있는 추격 장면은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며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한다. (남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