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은 인생의 낙이라고는 오래된 푸조 자동차뿐인 백수다. 연인인 자스민과 결혼한 후, 이렇다 할 수입도 마땅히 없던 그는 사설 택시 서비스 영업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단골손님인 아랍인 노인 잘릴로부터 장거리 여행을 제안받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볼리비아의 라 파즈까지의 먼 길을 떠나게 된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그들의 여행은 둘 모두의 인생에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가져다준다. <라 파즈로 가는 길>은 삶의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계기들이 새로운 방향을 열어준다는 로드무비 내러티브의 고전적 토포스를 충실히 따라가는 작품이다. 세바스찬과 잘릴은 세대, 종교, 인종 등 다양한 차이로 인해 서로 충돌하지만, 다름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스스로의 내적 성장을 얻게 된다. 군데군데 자리 잡은 주옥같은 대사들, 그리고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따뜻하게 전달하는 영화로 광고 감독 출신 프란시스코 바로네의 감독 데뷔작이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