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88%가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네시아는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만 사실상 이슬람 국가나 마찬가지이다. 이슬람교에서는 하루 다섯 번의 예배가 실시되는데, 그 중 네 번째인 저녁 예배가 바로 마그립이다. 이는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순간이며, 자신의 언행에 대한 성찰을 하는 순간이다. 감독, 시나리오작가, 프로듀서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살만 아리스토 감독은 영화 <자카르타 마그립>에서 800만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자카르타에서 마그립 시간에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나열함으로써 대도시의 삶과 다양한 인간 군상들에 대해서 성찰한다. 이 작품은 성관계를 하고 싶지만 울어대는 아기와 장모 때문에 여의치 않은 젊은 부부, 모스크를 청소하는 것을 자신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하는 노인과 동네 건달, 인기 있는 볶음밥 포장마차를 기다리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동네 주민들, 자신이 늘 차지하던 오락실의 자리를 빼앗긴 소년, 교통체증을 피해 지름길을 찾아가는 오랜 연인들을 통해서 인간들의 삶과 관계에 대해 성찰한다. (김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