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수리공인 렉과 잡지를 파는 콩은 같은 쇼핑몰에서 장사를 하는 친구들이다. 그들은 빈집에 몰래 들어 가서 그 집 주인들의 삶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훔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집과 집주인들의 물건들 그리고 그들의 생활을 잠시 빌릴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갑작스럽게 집 주인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렉은 병원에서 깨어난다. 혼란스럽게도 병원의 사람들은 그를 콩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친구인 콩의 행방 은 알 수가 없다. 퇴원을 한 렉은 콩의 행방을 찾아서 그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다. 렉과 콩은 타인의 삶 속으로 몰래 들어가 그들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삶의 흔적들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상상과 기억, 그리고 그들이 본 것과 이야기한 것들은 뒤섞여서 현실이 된다. <P-047>을 연출한 태국의 콩데이 자투라사나미는 영화과 교수이자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네 번째 장편영화인 <P-047>에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흥미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영화적 세계로 이끈다. (김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