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이 끝난 지 6년이 지난 1981년. 베트남은 여전히 어려운 경제적 현실속에 혁명 정신이 점차 잊혀져 가고 있었다. 르황 감독은 베트남전중 사망한 전우의 유골을 찾아 그의 고향으로 운반하는 한 전 베트콩군 장교의 먼 여행을 통해 그러한 당시의 현실을 되짚어 보며 명예와 신뢰, 그리고 협동의 사회적 가치를 재강조한다. 주인공 탄은 전쟁 중에 죽은 전우 타이의 고향으로 가는 여행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전우였던 미엔은 장사꾼이 되어 있고, 기차를 놓쳐 버린 탄을 태워주는 오토바이 택시 운전수는 전직이 남베트남군이었다. 이제는 유치원이 되어버린 과거의 전장터에서 들려오는 것은 티없이 맑은 아이들의 노래 소리이지만, 그것은 희망이면서 동시에 혁명 용사들의 점차 잊혀져 가는 현실이기도 하다. 밀수꾼과 부패한 관료등과 같은 부정적 현실도 물질주의의 범람으로 인한 폐해라고 보는 르황은 급류에 떠내려가는 탄의 배낭(전우 타이의 유골이 담겨있다)으로 혁명정신의 위기를 상징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질을 나르는 미엔이 정신을 나르는 탄을 만나 그의 여행에 동참하여 혁명 정신의 가치를 재발경하며, 과거 적의 관계였던 탄과 오토바이 택시 운전수는 서로를 도우면서 화합을 이루어 낸다. 그리고 탄 일행이 여행 중에 만나는 영혼 결혼식과 종교의식들을 통해 망자의 명복을 기원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이처럼 주제의식은 단순하지만 이 작품은 여러모로 색다른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로드 무비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