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중년 남자의 심리 드라마. 치과 의사인 중년의 나빈은 아내와 점점 멀어지면서 자신의 몸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런데,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운전기사 디누는 두 명의 아내에다가 또 한명의 여자를 아내로 맞으려 하는데도 그의 생활이 너무도 행복해 보인다. 나빈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각각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된 두 사람의 태도에서 그 이유는 분명히 드러난다. 나빈은 아내의 연인을 살해하려는 시도까지 하지만, 디누는 쉽게 용서해 버린다. 디누의 관용과 낙천주의는 아내와 멀어질 수 밖에 없는 나빈의 자기폐쇄적 성격을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시킨다. 아울러 다스굽타는 나빈의 주변 환경, 즉 살인과 구타가 다발로 발생하는 대도시 캘커타의 삭막함을 나빈의 불안한 심리와 결부시킨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나빈의 어린 시절로부터 찾는다. 어린 나빈과의 대화를 마다하지 않았던 아버지, 마음을 열어주는 산과 들, 그리고 ′붉은 문′으로 불리웠던 무당벌레, 나빈은 어린 시절 무당벌레를 손에 올려놓고 읊었던 주문을 되뇌면서 ′마음의 문′을 다시 열고자 시도한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