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바스 키아로스카미는 다시 길을 떠난다. 그의 분신인 아마드, 파라드, 후세인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그의 분신인 바디도 무엇인가를 찾으러 길을 떠나는 것이다.‘코케르 3부작‘에서 희망을 찾아나섰던 키아로스타미는 이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찾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은 바디의 죽음에 대한 강렬한 욕구로부터 시작한다. 바디는 자신이 죽었을 경우 자신의 시신을 묻어줄 사람을 찾으며, 그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 나누기 시작하는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이 작품은 바디와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황량한 산길을 반복해서 오가는 바디의 차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미디엄쇼트정도의 화면크기를 통해 시작되는 그들의 대화는 산길을 오가는 차를 담은 롱쇼트에서도 이어지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함과 동시에 자연을 관조하게 만든다. 키아로스타미에게 있어 삶의 가치의 발견이란 바로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키아로스타미는 이 미니멀 드라마의 끝 또한 관습에서 멀리한다. 성자와도 같은 늙은 박제사와의 만남이 관객으로 하여금 행복한 결말을 추측케 하지만 키아로스타미는 영화를 찍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 이제 키아로스타미는 바디가 바라보았던 언덕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관객 또한 새로운 느낌으로 언덕을 바라보게 된다. 보다 구체적인 결론을 원하는 관객은 키아로스타미의 작품들이 늘 그랬던 것처럼 그의 다음 작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