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폭력에 휘말린 이스탄불. 카디르는 어딘가로 인도된 후, 마을의 불순분자를 색출하는 데 조력한다는 조건으로 풀려나온다. 정보원이 된 그는 막내 동생 아메트를 찾아간다. 아내가 도망간 후 유기견들을 사살하는 일을 하며 홀로 살고 있던 아메트는 자신을 따르는 개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숨겨서 기르게 된다. 한편 카디르는 쓰레기를 수거하여 폭탄 제조에 쓰일 만한 재료를 선별해내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마을의 동정을 살피던 중 수상쩍은 동생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프렌지>는 황량한 공간과 암울한 인생들로 인해 절망의 분위기가 압도적인 영화다. 주목할 만한 것은 폭압적인 공권력의 실제를 효과적인 시청각 수단으로써 표현해내는 감독의 역량이다. 곳곳에 만연한 통제와 감시의 분위기, 특히 후반부에서 개를 숨기고 있는 아메트가 느끼는 공포를 연출한 장면은 명암대비와 음향으로써, 그것이 현재 상황이면서 곧 과거 아메트의 경험, 나아가 그의 상상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다. 두 번째 장편 만에 베니스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에민 알페르는 향후 주목해야 할 감독이며, 억압의 광기가 불러온 대단원의 비극은 상상 이상의 충격을 준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