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무대가 베트남이라면 어떨까? 사이공의 화려한 패션계와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가 만난다. 영화는 1969년에서 2017년으로, 48년의 시간을 오간다. 9대째 운영되고 있는 아오자이 의상실의 딸인 거만한 누이는 서양 의상에만 관심이 있는 터라 아오자이를 배울 생각이 없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48년 후의 시간 이동을 통해 마주친 자신은 늙고 뚱뚱한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재봉사였던 성실한 탄로안은 베트남 최고의 디자이너로 성공했다. 영화는 이미 망해버린 가업을 일으키기 위해 미래에서 새롭게 아오자이의 아름다움에 눈뜨는 누이의 일대 변신 과정을 보여준다. 눈부시게 다양한 베트남 패션과 베트남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의 활약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미래의 발전은 전통의 뿌리 위에서 비롯된다는, 서양화된 아시아 나라들의 보편적인 고민이 소란스러운 코미디 소동극 안에 녹아든다. 베트남 상업영화의 현주소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