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기억과 싸워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 프랑스에 사는 나다는 레바논의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죽였고, 지금은 폐가처럼 변한 고향집 어딘가에 할아버지의 시신이 묻혀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동생 샘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고향집을 팔려 하고, 나다는 샘과 다투면서 잃어버린 기억들을 찾아간다. 나다가 동네 청년 잘랄, 샘과 함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다의 기억이 뒤틀려 있던 원인이 밝혀진다. 기억은 때로 매우 선택적이며, 또 쉽게 왜곡된다.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왔던 할아버지에 관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다의 내면에 존재하는 죄의식이 기억을 왜곡한 것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버려두었던 할아버지의 집은 나다의 기억이 함께 묻혀 있었던 공간이다.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 고통은 크지만, 그녀는 이제 진정한 어른이 되어간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