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의 잘 알려진 뮤직비디오 감독 헤레리 사아릭의 첫 번째 장편영화이다. 그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창조해 왔던 세계는 <모든 뮤지션들은 개자식이다>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른 점이 있다면 뮤지션들의 이면까지 담아내면서 부유하는 삶의 표정에 다가간다는 점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는 레일라의 태도에는 묘한 애착이 느껴지기도 한다. 일과 사랑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한 여성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세속적인 이야기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약물에 취해 혼돈을 경험하기도 하고, 흐느적거리는 음악에 몸을 맡기기도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일상에 타협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 타협적인 태도는 그녀의 삶과 음악을 지탱하는 철학이다. 삶은 쉽사리 파괴되어 버리지만, 그 가운데 음악(예술)이라는 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파괴적인 여주인공의 노랫소리처럼 말이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