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만(灣)의 방파제 근처에는 마매우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고향에서 쫓겨와 이 마을에 들어 온 형제가 지친 창녀 파키타를 알게 되고, 전직 경찰 출신이자 이 마을의 실력자 데이빗이 그런 그들을 예의 주시한다. < 방파제>는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필리핀 감독 리노 브로카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소재로 시작한다. 시골의 순진한 촌놈들이 도시에 와서 타락하고 절망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감독 마리오 오하라는 이 오랫동안 되 풀이된 삶의 빈곤과 절망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대신, 영화 속 등장인물의 삶 주변에 널린 풍경을 꼼꼼하게 응시한다. 방파제 마을 사람들의 가난한 모습과 방파제 근처 휴양지의 번들거리는 호텔과 쇼핑몰이 잔인하게 대조되는 동안 사람들은 포스트모던한 도시의 빌딩 사이를 살금살금 숨어 다니며 먹을 것을 구한다. <방파제>는 잔인한 스토리로부터 자주 빠져나와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모습 등과 같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슬픈 순간을 담는다. 특히 발리우드 영화 의 뮤지컬 장치처럼, 곧잘 나오는 노래는 친숙한 멜로디로 사건의 맥락을 소개하고 논평하는 흥미로운 여백을 열어놓는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