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이 오웬을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들은 만나서 같이 축구를 했다. 그러면 데이빗과 마이클이 만났을 때는? 그들도 축구를 했다. 그리고 마이클이 데이빗을 사랑하게 되었다. <베컴이 오웬을 만났을 때>는 13살 난 두 소년이 우정과 사 랑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는 성장담이다. 잔소리가 심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순진하고 소극적인 아이 마이클과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데이빗은 단짝이다. 그들은 뭐든 같이 한다. 공부도, 축구도, 샤워도, 심지어는 벌도 같이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골 세러머니로 데이빗과 껴안은 마이클은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게 사랑인가? 애덤 윙 감독은 아주 가볍고 느긋한 자세로 그 감정을 지켜본다. 영화의 리듬은 빠르게 하는 반면 이야기는 느슨하게 풀어놓은 것이다.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로 자꾸만 가지치기하는 이야기는 이 영화를 십 대의 성정체성에 관한 진지한 고찰로 읽는 것을 만류한다. 그리고 감독은 우리에게 심각해지지 말라고 주문한다. 마지막 시퀀스를 보라. 비 오는 밤 두 소년이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주먹을 주고받는 다. 그 장면은 축구 스타들이 골을 넣고 껴안는 장면들과 교차 편집되어 있다. 아이들이 서로를 치면서 운동장을 뒹굴 때 베컨은 오웬을 껴안고 그의 뺨에 키스한다. 이 농담 같은 편집은 우성이는 사랑이는 심각할 거 뭐 있냐는 감독의 반문과도 같다. 아이들은 이렇게 성장해간다는 이야기.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