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수술과 미혼모, 시험관아기와 같은 동시대의 문제들 뿐만 아니라 남아 선호사상과 같은 전통적 가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산부인과는 첨예한 논쟁의 장이다. 정연과 혜석, 이들은 친구이자 동료로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면서 여러 문제에 부딪친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도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남자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독신녀 혜석. 남편과의 불화를 겪고 있는 정연. 들고 찍기로 촬영된 카메라는 산부인과의 구석구석을 찾아 다닌다. 온갖 문제로 산부인과를 찾는 남자와 여자들. 그들은 성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모두가 각각의 입장을 가지고 시작하는 이들의 갑론을박은 세상의 축소판이다. 여기서 옳고 그름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화해를 이루는 방법이다. 영화는 심지어 여성의 출산장면까지도 숨기지 않는다. 그것은 산부인과가 지닌 참모습이자 화해를 이루는 모습이다. 자궁 안의 세상과 자궁 밖의 세상을 재치있게, 과감하게 오가는 시선은 도덕적인 경계를 허문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우리를 대상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산부인과’야 말로 세상과의 시작을 알리는 첫통과 의례이자 이해와 관용이 필요한 곳이다. (이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