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1년 여름, 유럽연합 국회의 일원인 펠릭스는 미래 발전을 모색할 새로운 지역 탐색을 조사하기 위해 그리스 재무부 직원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에게해 탐색에 나선다. 그들이 처음으로 도착한 것은 아르메나키섬. 독자적인 규율과 도덕을 가진 이곳 사회는 65세 이상 노인은 모든 것이 공짜고 아픈 이들은 무료로 병원을 찾아가는, 이른바 돈이 필요 없는 땅이다. 펠릭스와 그의 일행은 이 낯설지만 평화로운 아르메나키 주민들의 삶에 천천히 동화되어간다. 그리스의 노장 요르고스 파누소풀로스의 신작 <우는 법을 모르는 자들의 땅>은 최근 오랜 경제 위기를 겪은 그리스 사회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빗대고 있는 코미디영화다. ‘누가 요즘 돈을 따지나요?’라는 말 한마디로 요약되는 아르메나키의 삶은 화폐 자본주의에 의해 피폐해진 현대의 삶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다. 비록 상상으로만 가능한 세계일지라도, 탐욕이나 빈곤, 착취에서 자유로운 아르메나키는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천국 같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