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이 심한 보고타에 사는 흑인계 소년 토마스는 유러피안 드림을 꿈꾸는 친구와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 일상이다. 마약에 빠진 어린 동생이 사라지자 그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해변>은 콜롬비아 십대 소년의 우정과 형제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룬 뛰어난 첫 번째 장편이다. 남미 노예제의 과거와 유러피안 드림의 현재형 사이에 위치한 그곳 청춘의 방황을 독창적으로 연출했다. 주인공 토마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마약에 중독된 동생에 대한 사랑, 유럽으로의 밀입국을 꿈꾸는 친구 차코와의 우정과 긴밀하게 직조되며 전개된다. 한편 카메라는 이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을 대부분 핸드헬드로 따라가며 사실주의적으로 전달한다. 헤어스타일은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내러티브 장치다. 과거 남미 광산에서 일했던 노예들의 귀향을 인도했다던 ‘머리지도’는 오늘날 그들의 자손들에 의해 문화적 정체성의 일면이자 역사적 기억으로 계승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 주인공의 선택은 의미심장하다. 콜롬비아 영화의 밝은 미래를 입증하는 주목해야 할 수작.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