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 나무와 풀, 그리고 바람과 물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땅. 그곳에 늙은 아버지와 늙어가는 자매가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의 반복되는 일상의 유일한 낙이라면 전파가 잘 잡히지도 않는 낡은 TV와 가끔씩 찾아오는 방문 판매원뿐이다. 동생은 그 단조로운 일상에 작은 흥분을 주는 방문 판매원에게 관심이 끌리기 시작하지만, 사고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언니는 장애를 얻음과 동시에 자신을 버렸던 남편의 이야기를 하며 그런 동생을 단속한다. 새로운 삶의 출구가 될 수도 있는 방문 판매원과 반복되는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언니 사이에서 동생의 마음에도 작은 파장이 인다. 전통적인 이란 사회의 아무런 변화도 동요도 활달도 없는 삶을 담아내는 목가적인 화면은 한 권의 아름다운 사진첩을 연상하게 한다. 영화는 감정의 역치를 건드리는 어떤 내러티브 장치도 이용하지 않으면서 순전히 이미지만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손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