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매일 큰소리를 치며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매번 집안으로 기어들어오는 아버지를 맞아들인다. 다 큰 누이는 어머니의 사는 모습을 보며 성화를 해대고, 세들어 사는 옆방 대학생 누나는 최루탄 연기가 가득했던 어느 날 사라져 버렸다. 노홍진 감독은 1980년대의 한 가족 속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최근 한국영화사에서 1980년대는 주목받아 온 역사적 시기 중 하나였다. 1980년의 광주와 군부독재와 민주화 운동은 한 가족의 삶과 밀착되어 있으면서도, 소년의 눈 속에는 스쳐가는 현실이었다. 이러한 시대상을 표상하는 것은 매번 큰소리치며 집을 나가는 아버지의 존재이다. 그는 병이 들어 집으로 돌아온다. 멋진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했지만 통기타를 들고 아내에게 노래를 들려주던 아버지는 어쩔 수 없는 그 시대의 표상이었다. 그의 아들인 소년은 개같은 인생을 살았지만, 그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인생이었다. 우리의 아버지, 개같은. 그러나, 우리의 아버지, 미워할 수 없는.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