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진 작가인 폴 프라이어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밀실을 우연히 발견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아끼던 와인들이 숨겨진, 그리고 그가 문학작품을 읽고 사색에 잠기곤 했던 그 공간은 금욕적인 아내에게는 철저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폴 역시 그 비밀을 지키기로 맹세했었다.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부음을 전해 들은 폴은 17년 만에 뉴질랜드 오지의 고향을 찾는다. 버려진 아버지의 밀실을 다시 찾은 그는 자신만의 도피처로 낡은 밀실을 사용하던 16세의 실리아를 만난다. 그녀가 옛 여자친구 재키의 딸인 것을 깨달은 폴은 처음엔 실리아를 쫓아내지만, 둘은 곧 친구가 된다.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폴의 형은 도덕적 비난을 가하고 재키는 그들을 질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실리아가 실종되면서 폴은 납치용의자로 몰리지만, 그는 실리아가 스페인행 비행기를 탔다는 비밀을 지키고자 한다. 그리고 폴은 이제 지난 세월 자신을 몰아냈던 가족의 비극과 배신에 직면하게 되고, 그가 한평생 침묵했기 때문에 야기된 결과를 감당해야만 한다.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인 폴의 인생을 그리는 <아버지의 밀실>은 과거와 현재의 폭력적인 만남에서 절정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