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로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난 유제프는 배에서 일하며 세상과 마주하기를 꿈꾼다. 머물 곳이 필요한 유제프는 먼 사촌이자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사진사 마흐뭇의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러나 아파트는 비좁을 뿐더러, 자신의 방식에 집착하는 마흐뭇의 완고함은 강박적이기까지 하다. 유제프의 방문으로 마흐뭇의 독신생활과 규칙적인 일과는 깨지고 만다. 여기에 자신의 전처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흐뭇은 충격에 사로잡히게 된다. 연출과 시나리오에서부터 촬영과 편집까지 직접 담당하는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의 전작들은 그 구성과 속도감, 완결되지 않은 내러티브 등으로 인해 종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작품들과 비견되곤 한다.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은 <머나먼>에서 사사로운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소외감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고독과 좌절에 대한 정교한 탐구라고 할 수 있는 <머나먼>은 이스탄불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2003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쉬운 것은 유제프 역의 배우 에민 토프락이 터키영화제 수상 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