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추운 시기 일본의 가장 추운 지방을 횡단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단 한 명의 스텝이 촬영현장의 모든 것을 담당한 1인 영화. 느긋한 재즈의 선율로 시작되는 <화이트>는, 겨울의 풍경과 그 안에 포함된 한 인간에 대한 이색적인 다큐멘터리이다. 1998년 12월 1일, 히라노 카츠유키 감독은 홋카이도를 횡단하는 전장 2328km의 여행을 떠난다. 최소한의 필수품과 자전거, 여행을 기록할 비디오 카메라가 장비의 전부다.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밤에는 들판에 텐트를 치는 그의 여행은 힘들고 외롭지만 묘한 위트가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순수한 상태를 향한다. 그 곳에는 눈 덮인 백색의 풍경과 화면의 안과 밖을 오가는 감독만이 존재한다. 카메라가 풍경의 저편을 바라볼수록 영화는 감독의 내면을 향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둘이다. 겨울의 풍경과 감독 자신. 자동차라면 며칠 만에 돌파할 거리를 서서히 단축시키며, <화이트>는 한 겨울 일본의 풍경과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인간에 대한, 그리고 인간의 외부와 내부를 잡아 내는 영화의 본질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권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