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섹슈얼리티를 빼고 그 사람들의 일상과 인생을 얘기할 순 없다. 섹슈얼리티는 한 개인의 정체성은 물론 한 나라의 문화를 구성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브루노의 연인들>은 체코의 브루노라는 특정 도시, 그것도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각양각색의 섹슈얼리티를 통해 폭넓은 인생의 스펙트럼을 선사한다. 정신박약의 증세를 공유하는 20대 커플의 수줍으면서도 설레는 첫사랑에서부터 삶의 무게에 지쳐버린 중년의 배우와 심리학자 커플의 애타는 시도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섹슈얼리티는 해피엔딩으로, 때론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비극으로 귀결된다. 연극연출가 출신인 모라베크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코믹한 설정을 통해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는 접근법과 결코 적지 않은 등장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붙어넣는 그의 솜씨는 눈여겨 볼 만하다. 스타일은 다소 거칠지만, 영화는 웃음과 연민을 함께 자아내는 묘한 매력을 발휘한다.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