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이혼할 위기에 있는 엘리자는 아들 노에를 데리고 파리를 떠나 고향인 당케르크에 정착한다. 30년 전 그녀를 입양 보낸 친모를 찾기 위해서다. 이미 6개월 전 친모의 행방을 수소문했었으나, 신분을 밝히길 원치 않는다는 기록 앞에서 발길을 돌린 바 있는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물리치료사로서 일자리를 구한 후 친모를 찾아낼 방도를 궁리한다. 한불 합작영화의 포문을 연 <여행자>(이창동 제작) 이후 우니 르콩트가 내놓은 이 두 번째 장편은 준비 단계에서부터 프랑스 내 많은 관심이 쏠렸던 작품이다. 영화 초반, 기차 안 역방향 좌석에 앉은 주인공의 모습으로써 과거로의 회귀와 뿌리에 대한 질문이라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제시하는 감독의 카메라는, 이후 인물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따라간다. 동시에 친모가 살아가는 모습 또한 병행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과거 친모가 했을 고민이 현재 엘리자의 고민과 겹쳐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노에의 곱슬머리는 이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며,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 키우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어머니로서 주인공 자신의 문제로 다가온다. 영화 후반, 주인공의 선택은 그녀가 벌이는 삶과의 한판 승부이며, 궁극적으로는 그녀 자신과의 화해이기도 할 것이다. <제로니모>에서 몸 사리지 않는 연기로 인상 깊었던 셀린 살렛의 열연이 돋보인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