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실연 후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쿠바의 후라과로 돌아온다. 이혼남인 아버지 라파엘과 괴팍한 할아버지 오토, 무기력한 레오. 남자로만 구성된 3대는 좁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하지만, 이들의 생활은 사사건건 갈등의 연속이다. 여기에 라파엘의 여자친구 마르타가 합세하면서 세 남자 사이의 긴장은 더욱 증폭된다. 카를로스 킨텔라의 <20세기 프로젝트>는 제목만큼이나 야심 찬 영화적 기획이다. 영화는 세 남자의 구질구질한 일상과 관계의 이야기는 이들이 거주하는 후라과라는 공간의 역사와 병치된다. 허물어지기 직전의 고층빌딩과 버려진 공장 등 삭막하기 그지없는 후라과라는 도시의 건조한 이미지, 그리고 80년대 구소련의 지원으로 대규모 원자력시설을 유치하면서 이 도시의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던 오래된 프로파간다 자료화면이 세 남자의 일상과 교차된다. 이를 통해 영화는 개인과 국가, 미디어와 이데올로기, 기억과 현존 등 20세기 지정학의 첨예한 토픽들을 스크린 위에서 사유하고자 한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