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의 연출 데뷔작. 한류스타, 재벌 회장, 파파라치, 스님 등을 태운 비행기가 폭풍 속에 착륙에 실패한다. 착륙 실패가 거듭되는 동안 비행기 승무원과 탑승객들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롤러코스터>는 과잉의 코미디다. 대사는 속사포처럼 쏟아지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의 말이 이어진다. 치고 받는 대사들이 탁구공처럼 왔다갔다 숨돌릴 틈이 없다. 상황 자체도 과잉이 두드러진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담배를 피운다거나 승무원들이 승객의 뒷담화를 하는 일이 태연히 벌어진다. 한류스타 마준규를 향해 육식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스님, 이리 와라 저리 가라 말하는 재벌 회장의 비서, 사인에 ‘널 갖고 싶다’고 써달라는 아줌마 등 인물들도 한결같이 정상치보다 어딘가 넘쳐난다. 일반적으로 과잉의 코미디가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힘들지만 <롤러코스터>의 질주하는 에너지는 상식의 경계를 허물면서 폭발적인 웃음을 만들어낸다. 하정우 감독은 농담을 아슬아슬한 수위에서 통제하는데 성공한다. 웃음이 공포에 대한 방어기제라는 말이 맞다면 <롤러코스터>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폭풍 속에 착륙에 실패하는 비행기 안에서 사람들은 웃기는 일들을 한다. 긴박할수록 엉뚱한 행동들이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