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으로 어른을 위한 성장영화. 마지못해 고향을 찾은 비즈니스 여정이 자아 발견?성숙의 감성적 여정으로 비상하는 한 중년 사내의 성장담이다. 이해심 많은 아내와 7살 아들, 안정된 직장 등 미할은 언뜻 남부러울 게 없는 가장이다. 하필이면 아들의 첫 번째 성찬식 날, 그는 직장 상사의 심부름으로 전혀 가고 싶지 않은 고향을 다녀와야 한다. 가능하면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그 여정은 그러나 그의 도식적 삶을 되돌아보게끔 하는 터닝포인트가 된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겪고,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고, 묵을 대로 묵은 불화 중인 아버지와 대면하면서 정체된 자신을 새삼 돌아보게 되는 계기로 나아가는 것. 영화에는 별 다른 자극적 사건도, 화끈한 액션도, 끈끈한 연애담도 없다. 그럼에도 완만한 극적 리듬과 서정적 음악 효과 속에서 펼쳐지는 극 전개는 시종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만큼 극적 호흡이 빼어나다. 수미상관으로 연결된 도입부와 결말부가 특히나 강렬한 여운을 선사한다. 폴란드 영화의 어떤 수준을 증거하는 예로서도 손색없다. 원제 ‘Erratum′은 출판물의 오식(자)을 뜻한다. (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