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은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뤘던 [진실의 문]에 이어 또 하나의 의문을 다루는 [무죄]를 선보인다. [진실의 문]이 육사를 중퇴한 감독의 개인적인 시각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이었다면, 상대적으로 1981년 봄날의 사건을 증언하는 [무죄]는 개인적인 시야를 보다 넓히는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지러웠던 1980년대 초반, 진도에 살고 있는 일가는 7인의 고정간첩단으로 둔갑하게 된다. 증언은 이어진다. 수사관들의 고문과 협박, 가족들을 위협하는 상황 그리고 순박한 진도의 일가족은 정치 공작의 희생물이 되어 18년간 옥고를 치러야 했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후의 시대에서도 이들의 결백함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감독은 망각되는 것, 그 안에 놓인 역사의 상처들을 다시 한 번 일깨우며 한국의 지난 시대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가를 새삼스럽게 보여준다. 이를 환기시키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 혹은 절규이다. (홍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