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는 1986년 민중봉기로 권좌에서 물러나기까지 20여 년 동안 필리핀의 대통령을 지냈던 페르난드 마르코스의 브인이다. 뛰어난 미모와 대중을 사로잡는 노래솜씨, 현란한 취향과 코스모폴리탄적인 태도는 이멜다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이멜다는 독재정치의 대표자로 일컬어졌던 마르코스 대통령 못지않는 권력을 행사했고, 부부가 결국 하와이로 황급하게 도피한 후 빈 집에서 발견된 이멜다의 구두 수천 켤레는 그녀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이멜다>는 이멜다와 직접 가진 심층 인터뷰를 기초로 ′매혹적인 악녀′ 라고 할 만한 이멜다의 이중성을 구한다. 각종 공식석상을 담은 자료화면과 홈무비, 이멜다의 친구들과 반대파들, 그리고 이멜다의 의상을 담당했던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멜다의 이야기는 다시 쓰는 필리핀 현대사이기도 하다. 이멜다가 등장하지 않는 신문을 하루도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 필리핀에서 성장했던 라모나 S. 디아스 감독은 이멜다와 페르난드 마르코스를 ′악의 축′이라고 비난하기보다는 어떠한 사회적 권력의 역학이 이멜다의 이미지를 제작했는가에 주목한다. 좋든 싫든 우리 모두 자신의 내부에 작은 이멜다′ 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되묻게 하는 탁월한 통찰을 끌어내는 작품이다. (남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