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피아영화제 초청
남자는 여자에게서 사랑을 발견하고, 여자는 남자를 통해 탈출을 꿈꾼다. 그때 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임창재의 <아쿠아 레퀴엠>은 다양한 이미지의 실험을 통해 그 상황을 직접 체험하게 해준다. 단순히 보자면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를 그리지만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의 무대는 감독 특유의 영상미로 창조된 새로운 공간이다. 이 세계에선 현실과 기억, 꿈과 환상이 교차하며 물빛의 이미지가 춤을 춘다. 화면은 속도를 조절하며 흐르다가 한 순간 우리의 시야에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물의 심리를 담아낸 영상과 소리의 정교한 조합이 관객을 독특한 경험으로 인도한다. 다채로운 영상을 조절해낸 연출력과 극영화와의 만남을 시도한 실험성을 이유로 임창재의 다음 작품에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