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 지앙지는 공중화장실에서 성적으로 추행을 당한다. 지앙지가 당한 범죄는 그가 살고 있는 소외된 거대도시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그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기대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그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가족들 또한 그가 얼마나 힘든지를 이해하지 못하자 지앙지는 더욱 좌절감에 빠진다. 자신이 버려졌다고 느끼며 지앙지는 홀로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괴로워 한다. 분노에 휩싸인 지앙지는 상점에서 긴 막대를 훔치고 그것으로 자신을 추행한 남자를 공격해보기도 하지만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은 그의 인생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뿐이었다. <누가 야생동물의 날을 보았는가>는 한 이름없는 도시에 사는 젊은이의 외롭고 처절한 고통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영화속에서 도시는 비어있는 야외경기장과 광장, 쓸쓸한 공원, 황폐해진 고건물등을 통해서 묘사된다. 건물옥상에서, 차가운 네온사인 아래에서, 그리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지앙지는 철저히 혼자이다. 세상에서 그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동물의 세계"라는 TV프로그램에 빠져드는 것 뿐. (임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