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기둥으로 죽어간 구약성경의 여인을 기억하는가. 한 남자가 UFO와의 접촉 후에 환각에 빠진다. 조각난 유리창과 벗겨진 피부처럼 그의 정신은 서서히 분열되고, 그녀의 사랑으로도 막을 수는 없다. 절반의 몸뚱이만 남은 그에게 유일한 방법은 자살. 그리고 그들은 죽음이후의 세계에서 절반의 몸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본다. 그들도 우리처럼 아팠을 것이다. 결국 철조망 위에서 재가 되어 사라지는 남자. 호기심 때문에, 뒤돌아 보았기에 한줌의 재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접촉은 피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강제하는 무형의 실체, 모든 추상들이 아닌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수많은 억압에 대한 비극적인 동화. (권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