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랑했던 한 연인의 이야기이다. 키르기스스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유부남인 야누작과 처녀인 무나비아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그 다음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기다린다. 가정의 파탄, 가족 구성원의 상처 어린 삶, 주변 사람의 끊임없는 비난 등.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큰아들인 타이켄은 의문의 문자를 받고 마을로 돌아와 아버지의 수십 년에 걸친 불륜 사연을 끝내고자 한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한 불륜 남녀를 둘러싼 가십을 생산하고, 또 소비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가십을 소비하는 주체가 된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TV 드라마를 소비하는 것과 유사해 보이는 이 가십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 대한 묘사는 그러나, 이 공동체가 신뢰성에 문제를 갖고 있다는 지적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영화는 비록 진실은 먼지에 뒤섞여 사라졌지만, 상처받은 마음과 누군가의 전설이 산과 들과 강과 바다 어딘가에 깃들어 있음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주력한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