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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의 미용실> : 배신과 신뢰

By 이유진

 영화 <후다의 미용실>은 감독 하니 아부-아사드의 작품이다. 감독 하니 아부-아사드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특수한 정치적 관계에 대해 본인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의 전작 <오마르>도 팔레스타인 청년 오마르가 여자친구 나디아를 만나기 위해 이스라엘 장벽을 드나들며 생기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오마르는 이스라엘에 대해 원한을 가지고 있고, 이스라엘 군부대에 나디아의 오빠, 친구와 함께 총을 쏴서 군인을 죽이게 된다. 이 일로 그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오마르는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신을 하게 된다.

 

 하니 아부-아사드의 신작, <후다의 미용실>도 전작에서 다룬 배신과 신뢰에 대해 이야기한다. 감독 하니 아부-아사드는 배신이 있기 때문에 신뢰가 빛나고 값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후다라는 미용사가 일하는 미용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카메라가 파스텔 풍으로 예쁘게 그림이 그려진 미용실의 바깥 입구 유리창을 비춘다. 꽃향기가 물씬 날 것만 같은 미용실의 아름다운 입구와는 달리, 미용실 안에서는 추악한 일이 벌어진다.

 

 나디아는 결혼을 하고, 갓난쟁이 어린 딸을 데리고 오래간만에 머리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후다의 미용실을 방문했다. 여느 미용실처럼, 나디아와 후다는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남편 흉을 본다. 하지만, 후다가 나디아가 마실 커피에 약을 타고 기절시킨 후, 이야기는 반전된다. 후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조력자였고, 나디아가 기절한 사이 나디아의 남편 유세프가 불륜으로 오해할 만한 사진을 찍었다. 나디아가 약에서 깨자, 후다는 나디아에게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끄나풀이 되라고 종용한다. 후다는 나디아에게 팔레스타인 저항군이나, 무기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면 제공하라고 이야기한다.

 

 영화 <후다의 미용실>에서는 전작 <오마르>와 같은 역동적인 액션은 없지만, 후다가 팔레스타인 저항군에 체포되어 저항군 수장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백미다. 저항군 수장은 후다를 취조하지만, 후다 역시 저항군 수장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들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배신과 신뢰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서로는 상대에게 왜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협력자가 되어 민족을 배신했는지, 또 왜 팔레스타인 저항군이 됐는지 질문한다. 그들의 대답을 따라가면, 그들이 팔레스타인의 저항군이 된 것도, 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협력자가 된 것도 결국은 거대한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점은 영화 <오마르>의 결말과 닮아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배신과 신뢰가 대척점이 아니라 어쩌면 쌍둥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