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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선생님

By 김현진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교사 버전을 보는 것 같다. 구소련 지배 하의 체코. 초등학교에 부임한 교사 마리아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학생들을 지배하고 학부모들에게 온갖 노동력을 착취한다. 학부모들 중 일부는 끝내 참지 못하고 학부모 회의를 소집한다. 마리아의 퇴출을 요구하는 항의서에 서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회의가 벌어진다. 여기에 부모들의 증언으로 각자의 학생들과 부모들이 마리아에게 착취당하고, 거부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받는 사연이 회상 장면으로 교차된다. 부모들도 두 그룹으로 나뉜다. 마리아의 요구를 들어주고 편안한 학교생활과 높은 성적을 보장받은 학생의 학부모들과 이에 맞서는 학부모들. 그 둘의 토론은 시드니 루멧 감독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치열하다.

 

문제의 핵심인 마리아는 아마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여자 악당 캐릭터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냉혹한 수간호사 래취드 정도만이 마리아에 대적할 만하다. 마리아의 악행은 교묘하고 치졸하다. 우선 아이들의 약점과 부모들의 약점을 파악한다. 부모들에게 시험문제를 가르쳐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집안일을 대신하게 한다. 그걸 거부하는 학부모의 아이들에게는 미리 파악해둔 약점을 반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폭로해서 수치심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과제 발표의 기회를 강제로 박탈한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지배를 거부한 학부모의 아이들 성적을 떨어지게 만든다. 마리아는 자신의 악행에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게다가 그녀는 평등을 중요시하는 사회주의를 신봉한다.

 

독일,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여기서 만들어진 영화들을 볼 때마다 늘 차갑고 싸늘하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기후 때문인지 문화나 역사의 문제인지 주변 정세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도 마찬가지다. 얀 흐르베이크 감독은 시나리오를 전공한 감독답게 이야기를 치밀하게 만들었다. 인물들의 성격 묘사도 뛰어나다. 영화는 마리아가 부임하자마자 아이들의 부모의 직업을 묻는,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수법을 시전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관객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그리고 끝내 분노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분노를 영화가 끝나도 이어지게 만든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좋은 의미로) 최상급의 분노 유발 영화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