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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세븐 레터스> 싱가포르에게 또는 싱가포르가 보내는 일곱 개의 연서

By 이유진

 

 세븐레터스는 싱가포르영화에 관심이 있는 관객에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세븐레터스는 2015년 8월 9일, 싱가포르 독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이 영화는 세븐레터스 영문 7개의 L, E, T, T, E, R, S로 시작되는 LEGACY, EMBRACE, TIME, TRADITION, EVOLUTION, ROOTS, SONG이라는 단어를 주제로 한 단편들의 옴니버스이다. 세븐레터스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7명의 싱가포르 감독들이 참여해서 만들었다. 그 7명의 감독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호텔룸>으로 찾아온 감독 에릭쿠, 영화 <3688>의 로이스톤 탄, 탄핀핀, 잭네오, 라자코팔 케이, 부준펑, 켈빈통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탄핀핀의 경우에는 세븐레터스를 통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연출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7명의 감독들이 한 영화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더군다나 세븐레터스의 감독들은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사전에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 상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감독 로이스톤탄이 7편의 총 제작을 맡아, 큰 주제는 집(HOME)이라고만 이야기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세븐레터스의 7편 영화는 영화 간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2015년 8월 9일, 싱가포르 개봉 일주일 전에 7명의 감독들이 시사회를 가졌는데, 감독들 자신들도 서로의 작품을 보고 영화간의 통일성에 역시 놀랐다고 한다. 또한 세븐레터스가 다른 싱가포르의 영화와 다른 점은 그동안의 싱가포르 영화에서 발견되는 싱가포르가 짧은 시간동안 이룩한 경제성장과 현대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1965년에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되다시피 하면서 얻은 독립으로 싱가포르에 살던 사람들이 느꼈던 상실감과 좌절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 에릭쿠의 신작 <호텔룸>에는 배우 최우식, 김꽃비가 연기한 한국인 관광객 에피소드가 있다. 김꽃비가 연기한 역할은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그 남자친구를 잊기 위해 가장 친한 남자사람친구와 싱가포르로 여행 온 한국관광객이다. 남자사람친구를 연기한 최우식이 김꽃비에게 남자친구를 잊기 위해 여행장소로 왜 싱가포르를 선택했냐고 묻는다. 그러자 김꽃비가 말한다. '역사도 없고, 문화도 없어서....그래서 남자친구를 잊는데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서.'라고 말이다. 영화 세븐레터스는 김꽃비의 대사가 틀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싱가포르에는 역사도 있고, 문화도 있어서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는 것에 집중할 수 없는 곳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