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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눈물] 검은 호랑이의 눈물은 순수했다.

By 손아름
아시아에서 제작된 웨스턴 영화를 주제로 한 <아시아 웨스턴:동부의 사나이들>이란 특별기획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길이 갔었던 영화 [검은 호랑이의 눈물 - Tears of the Black tiger] 는 태국에서 잘 나가는 감독 위시트 사사타니앙 감독의 2000년 데뷔작이다. 

시골소년인 '둠'과 부잣집 딸 '룸프이'는 어릴적부터 서로 사랑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결국 이어지지 못한다. '둠'은 아버지가 살해 당한 모습을 보고 '검은 호랑이'가 되어 마피아 보스(?)인 '파이'의 밑에서 복수를 꿈꾸지만 다시 만난 '룸프이' 때문에 모든 것이 꼬이게 된다.

전체적인 내용은 신파다. 뻔하고, 단순하며 1차원적이다. 부잣집의 마음 여린 여자, 그런 여자를 건드리는 돈많은 건달, 가난하지만 착하고 싸움 잘하며 어둠의 세계에서 인정과 시기를 동시에 받는 남자, 여자의 정략결혼, 거기 맞서는 무모한 행동들 blah blah blah... 결정적으로 유치했다.

하지만, 저런 느낌을 다 지워버릴만큼 멋졌던 신선하고 키치한 색감, 적절하게 깔리는 똑같은 BGM (가장 비슷한 예를 들자면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감수성과 같은 원리 - 극적인 장면에서 늘 같은 음악이 깔리는), 간간히 비치는 애니메적인 센스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웃게 만들었다. 이게 치밀한 계산에 의한 걸까? 아니면 정말 감독의 취향일까? 하는 고민이 들 정도로. 영화 초반에 '둠'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아주 극적인 장면이나, '둠'을 괴롭히는 동료 '마헤수안'의 아주 과장된 몸짓들은 웃음이 터지다가도 묘하게 집중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또한 한씬, 한씬마다 전부 어떤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감정선이 쉽게 드러나 있어 부담이 없었다. 이게 정말 계획된 거라면, 감독은 천재임에 틀림없다.

검은 호랑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단 한장면만 나온다. 대학교에서 정말 우연히(너무 말도 안되게 우연히) 만난 '룸프이'를 끝까지 모른척하고 돌아서면서 철 도시락통을 들고 건물 뒤에서 주먹으로 벽을 치는 장면. 정말 그렇게 순수해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 순수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그 어떤것도 뛰어넘지 못한채.

아무튼, 3D영화가 보편화 된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피부에 쏙쏙 닿는 쫀쫀한 영화를 보게 된게 너무 기뻤고, 가벼워보이지만 진지해보이기도 하는 이중성이 빛난 영화가 아니었나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