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왕과 왕비가 통치하는 세 개의 왕국이 있다. 첫 번째 왕국의 왕비는 후손을 잉태하기 위해 바다 괴물의 심장을 먹어야만 하는 처지다. 두 번째 왕국의 왕은 아내와 사별 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딸과 고독하게 살고 있다. 딸의 결혼을 은연 중에 방해하는 괴팍한 그는 몰래 벼룩을 키우면서 자신의 고독을 달랜다. 한편 방탕하게 유희를 즐기며 사는 세 번째 왕국의 혈기왕성한 젊은 왕은 어느 날 마법의 도움으로 미녀가 된 천한 신분의 여자와 위태로운 사랑에 빠진다. 17세기 이탈리아 작가 지암바티스타 바실레의 동명 원작을 각색한 이 영화는 시공간의 제약을 훌쩍 뛰어넘는 화려한 영상의 판타지다. 모험과 환상, 괴물과 미녀가 등장하는 비현실의 세계로 인해 마치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대작으로, 미(美)와 추(醜)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고 사랑과 용기, 우애, 희생 등 내면과 영혼의 미덕을 설파한다. <고모라>와 <리얼리티>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마테오 가로네가 이번에는 뤼미에르와 완전한 대척점에 서서 멜리에스의 정신을 계승했다. 특수효과 영역에서 유서 깊은 이탈리아 B급 영화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의미심장한 작품으로, 이런 놀라운 영화를 끝까지 뚝심 있게 완성시켰다는 것만으로도 감독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시 한 번 뛰어난 연출력을 입증한 마테오 가로네는 의심할 바 없는 미래의 거장이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