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시네아스트 아딜칸 예르자노프의 전작 <집짓기>의 후속편이다. 영화에는 아키 카우리스마키에게서 볼 수 있었던 연속되는 어이없는 상황과 냉소적인 유머, 그리고 에밀 쿠스타리차 식의 왁자지껄한 마술적 리얼리즘의 향취가 있다. 전과가 있는 무일푼의 존은 배우를 꿈꾸는 남동생 예르볼과 병든 어린 여동생 알리야와 함께 살던 카자흐의 집을 떠나 어머니가 남겨준 시골 집으로 간다. 그곳에는 알코올중독자 주바가 10년째 불법으로 살고 있으며, 게다가 집을 넘겨줄 마음이 전혀 없다. 그는 경철서장의 형이기 때문에 기세가 당당하다. 집을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두 가족은 어느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거친 싸움에 돌입한다. 두 가족을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분쟁은 땅의 소유권을 두고 전쟁을 치르는 수많은 국가들의 축소판이 된다. 웃기고도 슬픈, 예리한 부조리 풍자극이다. 영화는 정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쇼트 안에 고흐를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색깔, 인물들을 인위적으로 보이게 하는 클로즈업, 그리고 정면을 향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 등을 통해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다. 사운드의 정교한 구성은 예술영화로서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