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당디 감독의 <비, 두려워 마>(2010,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창)를 제작한 딥 응유엔 호앙의 감독 데뷔작. 하노이에 살고 있는 학생인 후옌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낙태를 결심한다. 하지만 남자친구인 퉁은 변변치 않은 벌이에 투계에 빠져 그나마 있던 모든 돈을 잃고 잠적해버린다. 시간은 자꾸 흘러 배는 불러오는데 생활비조차 어려운 처지에 수술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결국 후옌은 가장 친한 게이 친구의 도움으로 매춘자리를 알아본다. 임신한 그녀를 원하는 유일한 고객은 임산부에 도착증이 있는 호앙 뿐이다. 후옌은 호앙과 계속 만나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행복을 느끼게 되고 혼란에 빠지는데… 감독은 고의로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한 등장인물들이 겪는 현실적이면서도 때로는 극단적인 어려움을 관조한다. 그것은 특히 젊은 도시들이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조에 효과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부끄러움이 없는 카메라다. 장면들은 이상적으로 미화되지 않고 현실을 그대로 재구성한 듯 보여 영화에 사실성을 부여한다. (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