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의 가장 놀라운 점 중의 하나는 영화의 공간이 주인공인 노부부가 거주하는 아파트로부터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내를 돌봐야 하는 노인의 꿈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의 마음을 담아내는 순간들조차도 건물 내부에 위치한다. 그런 점에서 <아무르>는 노인을 따라 폐소 공포를 일으키는 영화이기도 하다. 서로를 의지하며 노후를 보내는 80대 부부에게 예기치 않은 상황이 일어난다. 갑작스럽게 아내에게 반신불수 현상이 일어나면서 치매가 동반된 것이다. 남편은 헌신적으로 그녀를 돌보기 시작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점차 끔찍해져 간다. 이따금 딸이 찾아와 여러 가지 상의를 한다. 그러나, 고립된 채 살아가는 노부부에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노인은 ‘안락사’를 떠올린다. 그것은 고뇌하는 삶의 선택이다. 미하엘 하네케 감독은 말을 대신하여 몸짓과 눈빛만으로 이러한 고뇌를 표현한다. 마치 침묵과 영상으로 이어진 시적 영감의 세계처럼, 숨죽인 채 장면들을 지켜보게 만든다. (이상용)